인플레이션은 나쁘다. 그러나 디플레이션은 그보다 더 나쁠 수 있다.
ㅡ 맨큐의 경제학
디플레이션 deflation
인플레이션과는 반대로 물가가 뚜렷하게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으로 정의된다.
언뜻 들어서 '와! 물가가 떨어진다니 좋은 건가?' 싶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지속적"이라는 속성과 "뚜렷해야 한다"는 속성 때문에 매우 나쁜 것이고, 디플레이션 자체가 꽤 넓은 개념이다.
디플레이션의 극단적인 사례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같은 거품 붕괴다. 대형 디플레이션이 터지면 돈을 이용해 구매하여 소유하고 있던 실물의 값어치가 하락하는데, 이는 대출 등으로 얻은 거금, 증권(이라는 이름의 '빚')을 이용해 실물을 소유하는 자본주의 시스템 하의 기업과 개개인에게 막대한 손해가 됨을 의미한다. 자본주의의 본질 자체가 경제규모의 지속적 상승을 전제하기 때문에 경제규모를 축소시키는 숙명을 지닌 디플레이션은 자본주의의 이상과 전혀 맞지 않는다.
소비 정체, 은행을 포함한 기업의 도산, 실업자 증가, 주가 하락 등의 연쇄효과가 생긴다. 소비가 정체되면 물가는 더 떨어지고, 물가가 더 떨어지면 기업은 고용 및 성장을 포기하면서 월급이 상승하지 않고, 고용이 안 되면 되려 실업자만 생기니 소비가 더 안 되고, 사람들은 실물 가치가 더 떨어질까봐 소비를 더 안 하고, 때문에 물가는 더 떨어지고, 은행의 돈은 빠져만 나가고, 자본이 다 떨어진 회사는 도산하고, 도산하면 소비가 더 안 되고, 물가는 더 떨어지고...의 무한 루프로 진입한다. 인플레이션이 팽창이라면 디플레이션은 위축이다.
유명 경제학자들도 디플레이션의 발생을 쉽게 예측하지 못하며, 동시에 천재지변 같이 완전히 예방할 수는 없는 현상으로도 보고 있다.
디플레이션 실제 사례
디플레이션의 대표적인 사례는 대공황이 진행되던 때에 전세계에서 벌어진 디플레이션이다. 세계대공황은 공급이 소비를 추월하고 그 늘어나지 않는 소비시장이 공급규모를 감당할 수 없게 되었을 때, 터진 것이다. 공급자들은 적은 소비시장을 차지하기 위하여 자신들의 살을 깎으면서 경쟁하고 있었는데, 경쟁에서 이기기 위하여 임금을 줄이고 신규투자를 줄이며 긴축했다. 물가는 계속 떨어졌지만 노동자들은 그 떨어지는 물가조차 감당하기 힘들었다. 결국 기업들이 붕괴하고 수많은 근로자들이 실업자가 되자, 근로자들이 실업자가 된 만큼 시장은 더 작아졌고, 기업들은 물가를 더 내려야 하는 악성 디플레이션이 반복된 것이었다. 미국은 뉴딜정책을 실시해, 공공사업에 실업자를 고용해서 시장을 키우고 시장에 개입을 하여 디플레이션을 걷어냈다. 대공황의 디플레이션을 완전히 몰아낸 것은 제2차 세계 대전이다.
제2차 세계 대전은 지금까지 일어난 가장 큰 전쟁이었고, 총력전으로 진입하면서 수요가 절대 마르지 않는 거대한 시장이 되어주었다. 식품, 직물, 철강, 원유 등 모든 제조업이 혜택을 보았다. 이런 수요는 놀아나던 공급을 단숨에 해소해주었고 오히려 공급이 더욱 더 필요해지면서 생산량 증가를 위한 설비 투자 등으로 전쟁으로 뿌려지는 돈은 시장으로 흘러들어가서 소비시장을 키웠다. 물론 2차 대전의 대가는 수천만 명의 죽음과 그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의 영구적 부상(후유장해), 쉽게 말해 많은 사람들의 피였다.
또한 바이마르 공화국의 역사를 종결지은 계기 중 하나도 디플레이션이었다. 바이마르 공화국의 초창기에 벌어진 초인플레이션때문에 바이마르 공화국이 종결된 이유를 인플레이션때문이었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지만, 인플레이션은 도스 안과 영 안으로 1930년이 되기 전에 이미 해결된 상황이었다. 인플레이션이 해결된지 얼마 안되어서 세계에 대공황이 불어닥쳤을 때, 인플레이션으로 약체화된 독일경제를 무능한[11] 사회민주당정부와 중앙당정부가 지켜내지 못하면서 독일에 악성 디플레이션이 발생했고, 민주주의 정당들이 인기를 잃은 틈에 나치당이 집권하여 제3 제국이 바이마르 공화국을 무너뜨리고 등장한 것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도 대표적인 디플레이션 사례이다. 다만 일본의 경우 일본 정부가 무능해서 경제관리를 잘못했다거나 시장에 문제가 생겨서 경제문제가 벌어진 일이 아니다. 미국은 일본에 의해 수출시장과 내수시장에서 밀리고 있었고, 이는 미국 경제에 큰 문제를 야기했다. 결국 이를 위해서 플라자 합의를 체결하여 일본에 불리한 환율조정을 했고, 일본은 엔고로 인하여 수출길이 어려워지자, 토지나 건물 등의 부동산자산을 매입하는 것에 주력했는데 이것이 거품 경제를 유발하여, 커다란 리스크를 만들었다. 그 버블경제가 터지자 대규모 디플레이션을 유발했고, 일본 정부가 그것을 해결하지 못하자 고질적인 디플레이션으로 변질되었다. 일본의 디플레이션은 아베 정부에 들어서 아베노믹스로 엔화절상을 시도하여 다소 간 완화됐으나, 2020년 코로나 19의 대유행으로 세계 경제와 일본 내수 경제가 혼란에 빠지며 향후 전망이 불투명해졌고, 엔데믹 상황으로 들어서면서 수요 폭증으로 생긴 원자재 물류 대란,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심각할 정도의 엔저로 진입하면서 30년만에 인플레이션으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2020년 직전에, 대한민국의 경우에는 원자제가격이 올라가는데, 최저임금 상승으로 임금 또한 급격하게 오르는 바람에 자영업자들이 디플레이션에 걸린 것만 같이 순수익이 줄어드는 효과를 받게 되었는데, 이 때문에 2020년에 코로나19로 소비가 줄어들어 못버티고 폐업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2021년 잠비아는 코로나19로 인하여 소비시장이 작아졌고 디플레이션으로 인한 국가부도위기까지 넘어간 바가 있다.
2022년 일본은 직장인들의 월급은 오르지 않으나 물가,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엔저현상, 엔화 가치 폭락 등도 발생하고 있는데 2022년 6월 기준 엔달러 환율은 132엔 정도하고 있고 국내에서는 엔화 환율이 900원대이다.
일본 뿐만 아니라 2020년 터진 대공황, 코로나바이러스 19의 장기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상기후 등 여러가지 원인으로 전 세계적으로 디플레이션 우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