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6.25 전쟁은 북한이 남한을 침략하면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누구나 안다. 

사실 전세계에서 6.25전쟁이 북한의 침공으로 시작되었다는 것을 부정하는 나라는 없다. 심지어 러시아와 중국조차 6.25전쟁은 북한이 시작했다고 알고 있다.

 

다만 한자어의 어감 문제로 북한이 쳐들어왔다는 것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으면서도 북침이라고 잘못 말하는 경우가 많다. 

 

남침과 북침을 헷갈리는 것이 6.25전쟁을 누가 일으켰는지 헷갈리는 것이 아니라 한자를 잘 아느냐 모르느냐의 여부 때문에 헷갈리는 것. 

 

 

남침
「명사」
북쪽에서 남쪽을 침략함.
¶ 북한의 남침 야욕/북쪽의 남침에 대비하다/1950년 6월 25일, 마침내 북한 공산군은 38선을 넘어서 남침을 감행하였다.

북침
「명사」
남쪽에서 북쪽을 침략함.
¶ 한국 전쟁이 남한의 북침으로 시작됐다고 잘못 기술한 책도 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을 보면, 남침은 북쪽에서 남쪽을 침범함.으로 북침은 남쪽에서 북쪽으로 침략함.으로 정의하고 있다. 따라서 6.25 전쟁은 남침으로 보는 것이 옳다.

 

암기하기 위해 ‘똥침’을 예로 설명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데

 

항문을 공격하니 '똥침' → 남한이 공격당했으니 '남침'과 같은 방식.

 

이것은 네티즌과 부사관 면접을 준비하는 군인들이 단순암기를 위해 심화적인 언어적 요소들을 싸그리 무시한 채 만들어진 개드립 같은 것이다. 오로지 단순암기를 위해서 만들어졌으므로 언어적 요소를 따지는 것은 별 의미가 없으나 사실이긴 하므로 똥침이라는 단어는 혼동되거나 암기할때 연상을 목적으로만 사용하고 그 이상의 목적으로는 사용하지 말자. 언어적 해석을 찾고자 한다면 이것을 참고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그 당시 같은 공산주의 국가인 유고슬라비아 사회주의 연방공화국 신문 '폴리티카'에서 실은 만평. 지도를 뒤집어 놓고 남침을 북침이라고 우기는 소련을 까고 있다.

 

세르비아어
한국어 번역
Туђу хумор
очигледна настава
КОРЕЈА
Сеул
МАНЏУРИЈА
Вот, како је извршена инвазија Северне Кореје.
("Вашингтон Пост")
외국 만평
명백한 설명
한국
서울
만주
보시오, 북한이 이렇게 침공당했단 말이오.
'워싱턴 포스트'



사실 이 단어가 매우 헷갈리는 이유는 일상 생활에서 방위가 들어간 한자어를 그리 많이 쓰지도 않거니와 상황에 따라 방위의 품사가 주어가 되기도 하고 부사가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방위 부사의 경우 '월북', '월남'의 예처럼 동사 뒤에 놓이는 경우도 있다.

 

 

방위가 주어로 쓰인 경우
예: 외침(外侵), 북풍(北風) 등
주어가 무엇인지 불분명하기 때문에 주어가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방위가 방향의 시작점을 가리키기도 한다. '외침'(← 외세의 침략, 바깥으로부터의 침략), '북풍'(← 북쪽으로부터 부는 바람)이 대표적인 예.


방위가 부사로 쓰인 경우
예: 북벌(北伐), 남하(南下), 동진(東進) 등
맥락상 주어가 무엇인지 분명하다는 특징이 있다. '효종 시기의 북벌론'이나 '제갈량의 북벌'에서의 '북벌' 등에서는 기준이 되는 주체가 '자국(혹은 자기 자신)'으로 명확하다. 

이 때의 '북'은 부사어로 풀이하며 '북쪽으로 정벌함'이라는 뜻이 된다. 방위가 들어간 다른 한자어인 '남하, 북상, 동진, 서정' 역시 '남쪽으로 내려감', '북쪽으로 올라감', '동쪽으로 나아감', '서쪽으로 정벌함'으로 해석한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이 해석을 기준으로 삼은 것으로 '남침'은 '(북쪽에서) 남쪽으로 침략했다'라는 의미로 보는 것이다.


그러나 엄밀하게 따지면 6.25 전쟁에서는 행위의 주체가 '북한'과 '남한' 둘이기 때문에 행위의 주어가 불분명하다. 

이런 맥락 때문에 과거 중국 문헌에서는 방위를 주어로 해석하는 서술이 자주 보인다. 물론 춘추전국시대처럼 여러 나라가 대립하는 구도가 아닌 남한과 북한만이 대립하는 6.25의 특성상, 남쪽으로 내려갈 주체는 '북한'밖에 없으며 북쪽으로 올라갈 주체 역시 '남한'밖에 없으므로 주어가 분명하다고 볼 수 있으나, 앞선 '북벌'의 예처럼 애초에 이렇게 주어가 생략된 용어는 주체가 '자국'임을 전제로 깔고 있다. 즉 '남침'이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인상은 남한이 남쪽으로 침략했다 혹은 남한이 북쪽으로 침략했다 둘 중 하나이기 때문에 '북침'이 옳다고 잘못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주어를 명확하게 살린 올바른 한문식 문장에서는 北侵南이므로 주어가 분명하다는 관점에서 용어를 지정하자면 '남침'이 아니라 침남이라고 쓰는 것이 맞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당초 이런 용어 해석의 혼란이 나온 까닭은 애초에 고대 중국어, 즉 한문의 문법이 체계적으로 발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문의 바탕은 고대 중국어인데, 동시대 세계의 다른 메이저 언어였던 라틴어, 고대 그리스어, 산스크리트어 등은 현대 언어들보다도 훨씬 정교하고 치밀한 문법을 발달시켜 단어 하나만 봐도 상당량의 정보를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고대 중국어는 맥락에 따라 고대 중국에서의 관습에 기대 뜻을 전하는 때가 많은, 바꿔 말하면 고대 중국인이 아닌 제3자가 보면 무슨 뜻인지 알기 힘든 느슨한 문법을 갖고 있었고, 그 결과가 바로 '북침', '남침', '외침' 등의 논리와 같이 체계적이지 않은 해석 방법이다. 이는 좋게 말하면 문법이 매우 유연해서 작문의 장벽이 낮았다는 말이 되지만 다르게 보면 그만큼 문법이랄 게 없어서 객관성 없이 개판이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런 특성 때문에 아직도 한중일 역사서의 상당 부분이 중의적이어서 해독자의 정치적 의도에 따라 특정 방향으로 해석되는 등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반응형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네이버 밴드에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