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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전생에 업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사람들

-<동승>을 읽고-

 

 

난 <동승>의 전문을 읽기위해 교내도서관에 가서 『함세덕 문학전집』을 대여해 읽어 보았다. 함세덕의 <동승>은 2003년 영화로도 제작되고, 그 가치가 높은 작품이 였다. 동승을 읽으면서,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동승의 욕망과, 죽은 아들이 살아 돌아왔으면 하는 어머니의 욕망, 그리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완강히 따르는 주지스님, 위 3인의 묘사에 눈을 땔 수 없었다.

 

<동승>의 등장인물들은 주지,정심,도념,미망인,초부,인수,미망인의 친정어머니, 미망인의 친척들,과부,새댁,노인,총각,참예인들,젊은 승들이 등장한다. 이 책은 사냥꾼인 아버지와 비구니인 어머니가 낳은 아들, 도념은 어머니가 어딘가에 있을지 모르는 속세를 강하게 열망하면서 자라게 된다. 하지만 주지는 이런 도념을 전생에 쌓인 악업 때문에 현세에 고통을 받으니, 열반을 하여 선업을 쌓으라고 강하게 교육한다. 특히 주지가 말하기를 “네 아비는 사냥꾼이거든. 하루에도, 산 짐생을 수십 마리씩 잡어, 부처님 가슴을 서늘하게 한 대악부도한 자야. 빨리 법당으로 들어가자, 냉수에 목욕허구, 내가 부처님께 네가 저질른 죄를 모두다 깨끗이 씻어주도록 기도해주마.”라는 본문대목에서 주지스님의 도념에 수행에 대한 곧은 의지를 엿 볼 수 있었다.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도념 앞에 남편과 사별 후 아들을 잃은 젊은 미망인은 법당에서 자신의 아들의 백일제를 지내던 중 마지막 날에 도념을 만난다. 도념은 흰 소복을 입은 미망인에게 어머니의 정을 그리워하고, 이런 미망인은 도념에게 아들의 연민을 느껴, 둘은 400리 떨어진 서울에 가서 살기로 약속한다. 이때 어린 아들을 잃고 도념을 양자로 삼은 미망인의 마음을 대변하는 부분이 본문에 아래와 같이 나온다.

 

“남편을 잃은지 3년이 못 되어,외아들마저 이렇게 잃고 보니, 눈앞에 땅이 다 꺼질 듯하군요, 마음이 서운하던 참에 그 애가 자꾸 나를 따르는 것을 보니까, 불현듯 정이 솟아오릅니다. 지금부터는 그 애한테라도 마음을 붙이구 살아야지, 외로워서 단 한 시간을 못 살 것 같군요.” 도념과 미망인이 함께 살기를 마음속으로 간절히 바랬고, 도념은 어머니가 오면 목도리를 해줄려고 토끼를 잡았다가, 주지에게 발각되고, 도념의 죄를 초부가 뒤집어 썼으나, 초부의 아들이 사실에 대한 정확한 자초지종을 주지에게 말했고, 그 이후 도념은 주지에게 크게 혼이 난다. 도념은 살육을 하지 말아야 할 몸에도 불구하고 미망인을 위해 토끼까지 죽이며, 미망인을 생각하지만, 주지는 미망인과 함께 떠나길 간청하는 도념에게 아래와 같은 말을 하고 둘의 동거를 허락하지 않는다.

 

“수다스러,한번 못 간다면 못 가는 줄 알어라.(미망인을 보고 선언하듯) 아씨께서 서방님을 잃으시구 외아들마저 잃으신 것도 다 전생에 죄가 많으셨던 탓입니다. 아씨 죄도 미처 벗지 못하시구 이 죄덩이를 데려다가 어떻게 하실랴구 이러십니까? 두 번 다시 이 이야기를 끄러내시려거든 다신 이 절에 오시지 마십시요.” 결국 미망인은 주지를 이기지 못하고 한 달에 한번 보름날 달 밝은 밤엔 꼭 보로오겠다고 약속하고, 도념을 두고 떠난다. 도념은 어머니를 찾으로 세속으로 떠나고 산문에 절을 한 후 산을 내려가고 극은 끝이 난다.

 

난 <동승>에서 마지막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는데, 아래와 같다.

 

‘도념, 산문을 돌아다보며 돌아다보며 비탈길을 내려간다.’

 

돌아다보며, 돌아다보며 라는 구절이 도념의 절을 떠남에 있어, 얼마나 고심을 하는지 느껴지는 부분이기에, 내 머리 속에 기억되고 말았다. 도념처럼 나 역시, 최근 부대를 전역하고 부대 밖을 나갈 때, 부대정문을 여러번 돌아다보며 나왔는데, 남겨진 사람에 대한 아쉬움, 익숙해버린 그 안의 삶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 였다. 아마 작품 속 도념도 세상에 나가겠다는 뜻은 품었지만, 전역일 나와 같은 생각이 아니였을까? 생각이 들었다.

 

끝으로 <동승>을 읽고, 자유를 갈망하는 신세대와 구세대의 대립구조를 느끼기도 하였지만, 작품구조를 들여다보니, 세속을 갈망하는 어린 승 ‘도념’과 붓다의 가르침을 고수하는 ‘주지’의 대립 속에 새로운 인물 미망인을 넣음으로 써, 극이 부드럽게 흘러가는 것을 보고 극의 짜임에 놀라움을 느꼈다. 한국에 희극작품이 이번 <희극의 이해> 강좌를 배울 때, 한국작가들이 글을 못쓴 이유도 있지만, 한국 독자들이 희극에 대한 홀대가 가장 큰 이유라고 배웠는데, 이번 <동승>을 마지막 과제로 접하면서, 대한민국 희곡에 대한 홀대를 한 내 자신 역시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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