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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물가상승) Inflation
일정 기간 동안 물가가 지속적이고 비례적으로 오르는 현상, 혹은 화폐가치가 지속적이고 비례적으로 떨어지는 현상. 반대말로 디플레이션(물가하락)이 있다. 경제성장은 대개 인플레이션을 동반한다. 인플레이션이 심해지면 초인플레이션이 된다.

 

 

인플레이션 원인

화폐가치가 떨어지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통상 일회적 물가상승이 아니라 지속적 물가상승, 즉 인플레이션은 주로 통화량 팽창에 관계된다. 이를 두고 밀턴 프리드먼이 한말, "언제 어디서나 인플레이션은 화폐적 현상이다." 이라는 것은 거의 경구가 되었다. 인플레이션의 원래 뜻이란 (우주 팽창할 때의) "팽창"이고 몇세기 전 경제학에서 인플레이션이란 (통화량의) 팽창을 가리키는 말이었을 정도로 그 관계는 깊다.

 

즉, 돈이 너무 많으니 그 가치가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것. 예를 들어, 경제 내에 500원짜리 빵이 하나 있는데, 다른 조건은 변화없이 통화량만 2배로 팽창하면 그 빵의 가격은 500원에서 1,000원으로 오르는 것이다. 1,000원짜리 지폐 1장이면 2개 살 수 있던 빵이 화폐가치가 반으로 떨어지며 1개밖에 못 사는 셈이다. 연암 박지원의 소설 허생전에 보면 주인공인 허생이 50만 냥을 바다에 버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이유가 바로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통화량 팽창으로 인플레이션을 설명하는 관점을 화폐수량설이라고 한다. 2008 금융위기 이후로 이러한 화폐수량설적 관점은 큰 도전을 받고 있다. 2008년 이후 각국 중앙은행은 엄청난 양의 화폐를 시중에 투입하였으나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인플레이션이 과연 어떤 이유로 생겨나는 것인지, 정말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자기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가에 관한 토론이 시작되었다.

 

 

 

초 인플레이션 /하이퍼 인플레이션(超inflation) / Hyper-Inflation
인플레이션이 악화되어 더 이상 수습할 수 없는 상태일 때 사용하는 경제학 용어.

보통 초인플레이션은 '한 달 사이에 전 달 대비 물가가 50% 이상 상승'한 것을 말한다. 즉, 1년에 물가가 129.75배, 아니면 50일마다 물가가 2배로 뛸 때 초인플레이션이 일어났다고 한다. 느낌이 안 온다면, 이 자료에 따른 1990년부터 2015년까지의 25년간 한국의 물가상승률을 다 합친 게 대략 100%다. 그러니까 한국에서 지난 25년 동안 물가 오를 게 50일만에 뛰는 셈.

쉽게 말해서 4,000원에 먹는 자장면을 초인플레이션이 일어나면 내년엔 40만원, 내후년엔 4,000만원을 내고 먹어야 한다. 유머집 등에 소개되어 있는 '화장실에서 휴지가 없어 옆 칸에 있는 사람에게 돈을 줄 테니 휴지를 팔라고 하자 그 돈으로 닦으라고 했다'는 유머가 이 상황에서는 유머가 아니다. 실제로 인류 역사상 가장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이 일어났던 헝가리에서는 시중에 있는 모든 돈을 합쳐도 겨우 휴지 13조각 밖에 살 수가 없었다.

 

하이퍼 인플레이션 원인
초인플레이션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화폐에 대한 신뢰도 하락이다. 더 쉽게 풀어 말하면 이 돈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안심이 되지 않을 때 초인플레이션이 일어난다. 역으로 말해서 초인플레이션은 신용화폐의 붕괴를 보여주는 증거가 된다.

그렇다면 화폐에 대한 신뢰는 언제 하락하는가? 첫째로 경제학적 지식이 전무한 정권이 생각 없이 돈만 찍으면 주로 이런 상황이 발생한다. 일례로 짐바브웨의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이 생각없이 통화발행량을 늘렸다가 초인플레이션을 일으켰다. 한국사에서도 흥선대원군이 '돈이 없으면 돈을 찍어내자'면서 당백전을 신나게 찍어냈다가 조선 경제를 완전 말아먹었다. 원나라 역시 재정위기를 타파한답시고 교초를 남발하다가 결국 경제가 망가졌는데, 사실상 반 종속상태였던 고려경제까지 같이 파탄나면서 결국 왕조가 조선으로 교체됐고, 조선은 초기에는 화폐경제 자체를 꺼리고 농업 위주로 가다가 후기에야 화폐를 도입했으나 이 때도 당백전 발행이라는 사고를 치기 전까지 그나마 수량이 좀 늘더라도 구리로 만들어 그 자체로 일정량의 경제적 가치가 있는 상평통보를 사용했고 그 결과 인플레를 그나마 줄일 수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닥치고 돈을 찍은 국가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느 곳에서나 이런 일이 반복되었다. 북한의 2009년 화폐개혁 역시 경제학적 지식이 사실상 전무했던 김정일-김정은 정권이 북한 인민들의 재산을 강탈하려고 생각 없이 초인플레이션을 저질렀다가 아사자가 속출하는 등 피박을 썼다.

사회적 합의가 없는 통화량 증가가 어떻게 화폐에 대한 신뢰를 망가뜨리는지 한번 자세히 살펴보자. 예를 들어 바나나 100개가 있는 나라에 총 100원의 돈이 돌고 있다고 치자. 그러면 이 나라에서 1원은 바나나 1개의 가치가 있는 화폐가 된다. 그런데 독재자가 갑자기 900원을 찍어내서 가진다면? 단숨에 바나나 1개의 가치가 10원으로 올라가게 된다. 독재자는 바나나 90개분의 시뇨리지를 이득으로 얻었지만, 국민들의 재산은 순식간에 10분의 1로 줄어들었다. 이 사건 이후로 이 나라의 국민들은 독재자의 지배 하에서 앞으로도 이런 일이 얼마든지 더 일어날 수 있다는 걸 예감하게 되었다. 이제 이 나라의 국민들은 더 이상 이 돈을 오래 보관할 생각을 버리게 된다. 이제 그들은 바나나와 같은 실물재산을 보유하거나 물물교환에 의존하거나 또는 금, 은 등과 같이 국외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안정된 자산 등을 대체통용화폐로 이용하게 되고, 따라서 이 나라 돈의 가치는 더욱 더 떨어진다. 돈의 가치가 계속 떨어지니까 정부조차도 원하는 만큼의 예산을 갖추지 못하고, 애초에 무작정 돈을 찍던 막장 노답 정부이므로 당연히 돈을 더 찍는 악수를 두게 된다. 사람들은 앞으로도 더욱 더 돈의 가치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따라서 이 나라 돈은 전혀 저축의 수단이 되지 못하고, 생길 때마다 다른 물건으로 순식간에 교환된다. 이제는 정부가 돈을 찍어내는 속도를 뛰어넘는 더 빠른 속도로 인플레이션이 일어난다. 이것이 바로 초인플레이션의 완성이다. 흔히 대한민국의 식료품 가격이 비싸다고 해서 정부가 갑자기 돈을 많이 찍어내거나 식품 가격을 백원, 천원으로 강제로 만들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둘째로 전쟁이나 국가 부도, 자연 재해, 내란, 사회적 공황, 갑자기 닥친 식민지 청산, 독립 같은 "국가비상사태"인 경우, 화폐의 발행 주체인 정부(그리고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가 상실되기 때문에 초인플레이션이 일어난다.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의 초인플레이션이 바로 이 케이스이다. 안 그래도 제1차 세계 대전의 패전과 독일 제국의 붕괴로 혼란한 상황에 바이마르 공화국은 베르사유 조약에 명기된 1,320억 골트마르크에 달하는 전쟁배상금을 갚을 수가 없었다. 당연히 독일은 배상금을 못 냈고, 프랑스와 벨기에가 루르 점령이라는 전쟁을 다시 시작하면서 독일의 혼란은 극에 달했다. 이러니 물가가 치솟은 것이다. 한국에서는 해방 직후 조선총독부에서 일본인들과 일본 기업 퇴각 자금 마련을 위해 통화를 남발하거나 한국전쟁 전후로 북한이 남한에 대량으로 위조지폐를 뿌려 초인플레이션을 일으킨 적이 있다.[5] 그 밖에도 다수의 사례가 있다.#블로그 전세계 모든 국가가 위조지폐사범들에게 사형, 무기징역 등의 중형을 때리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1948년 중화민국의 국민당 정권이 국공내전에서 밀리면서 멸망해가자 안 그래도 높았던 중국 대륙의 인플레이션이 초인플레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국부천대의 한 원인이 되었다.

전쟁 때는 적국의 경제를 망가뜨리기 위해 상대국의 지폐를 위조해 대량 살포하는 경우도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과 나치 독일은 서로 상대국에 위조지폐를 뿌리려고 시도했으며, 일본 제국도 중국 경제를 파탄내기 위해 거액의 위조지폐를 살포하였다. 그런데 당시 중국 국민정부가 중일전쟁 전비 마련을 위해서 통화를 남발하여 스스로 초인플레이션을 일으켜 버리면서 일본이 준비했던 위폐들은 효과를 발하지 못했다. 당대의 중국에서는 10~15억 위안이 통용되고 있었고, 일본이 항공모함 하나 찍을 돈인 8천 9백만 엔을 들여 40억 위폐 위안을 만들었는데, 국민정부에서 당시 통화량의 100배를 넘는 1890억 위안을 찍어서 뿌렸다. 당시 일본의 계획 입안자는 "중국은 실로 사람을 두려워하게 만드는 나라다."라는 말을 남겼다.

초인플레이션을 겪는 주민들에게는 고통이지만, 초인플레이션은 경제학자들의 좋은 연구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초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는 정부의 지속적인 통화 발행은 통화발행 외에는 정부의 재원 조달 수단이 없기 때문에 시도된 것이다.

민간에서는 정부의 지속적인 통화발행과, 역시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을 예상한다.

화폐수요(L)는 인플레이션 기대에 영향을 받아 감소하는데 이는 한층 더 높은 물가상승을 유발한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경기침체와 (실질)세수감소를 막기 위해 통화량을 더 늘릴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인플레이션은 지속된다.

이러한 초인플레이션은 사람들이 향후 오랜 기간 통화발행이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따라서 정부 재정의 건전성과 신뢰성을 회복하는 것이 최최우선 과제이다. 통화정책만으로는 초인플레이션을 해결할 수 없다. 따라서 대부분의 초인플레이션 현상은 '재정개혁'으로 종식되었다. 새고전학파에 따르면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서나 화폐적 현상이지만, 초인플레이션의 종식은 종종 재정적인 현상이기도 한 것이다.

정부가 신뢰성을 도저히 되찾을 수 없다면 믿을 수 있는 다른 나라의 돈을 공용 통화로 지정하는 것도 방법이다. 짐바브웨가 이런 방법으로 초인플레이션을 종식시켰으며, 역사적으로도 흥선대원군이 당백전으로 터진 초인플레이션을 청전을 들여와서 일단 좀 완화시킨 바 있다. 물론 이것도 인플레이긴 마찬가지라 결국 폐지됐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경제학자 토마스 사전트는 저서 '초인플레이션의 종말'에서 오스트리아, 헝가리, 독일, 폴란드 등 역대 초인플레이션과 그 종식 사례를 연구했는데, 이들 국가에서는 다음과 같은 공통된 특징이 나타났다.


첫째, 초인플레이션 진행 도중 물가상승이 통화량 증가를 선행한다.
둘째, 초인플레이션은 일정 시점에 갑자기 사라진다.
셋째, 초인플레이션 종료 이후에도 일정 기간 통화량 공급은 증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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